투구: 심해의 모험가 개발후기 #1

2020년 05월 08일
참여직군 팀장 게임디자인 아트 프로그래밍
제작기간 2019년 6월 ~ 12월
플랫폼 모바일
태그 Art Project
스토어

✒️ 투구: 심해의 모험가 개발후기 #2 - 컨셉 디자인

텀블벅 링크 | Google Play 링크
프롤로그

투구: 심해의 모험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게임을 만들자는 마음 하나로 시작하였다. 평소에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심해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들을 최대한 표현하여 미적 감동을 주고자 한 것이 게임의 목표였다. 주인공은 심해 깊은 곳에 살고 있는 비늘발고둥을 모티브로 한 철투구라는 캐릭터이며, 지상으로 올라가 빛을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면 위에 도달한 철투구

Smilegate Membership 11기

SGM 중간시연회

SGM11기 활동을 빼고 후기를 적을 수 없을 만큼 SGM은 투구를 만들면서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합숙 교육을 시작으로 중간시연회, 멘토링 등 혼자 개발하면서는 거머 쥘 수 없었을 수많은 기회들을 SGM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게임을 제대로 만들어 출시까지 가본 첫 경험이었지만, SGM 덕분에 날림으로 만들지 않게 된 것 같다.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여러 시연회였다. 시연회를 통해서 유저들이 게임을 어떻게 하는 지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버튼과 글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 지, NPC와 스토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중간시연회를 거쳐서 게임은 크게 변화하였다.

자신감 넘쳤던 그래픽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떄는, 자신감 넘치는 순간이 얼마나 위험한 순간인지 아찔해졌었다. 배경그래픽과 오브젝트 디자인은 NPC, 캐릭터 등 상호작용 가능한 것과 구분하여 전부 무테로 재작업했다. 지금은 앞과 뒤가 그래픽으로 구분이 가지만, 이 피드백 없이 그대로 출시해버렸다면 지금같은 게임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SGM 오픈베타데이 (하얀후드에 청바지가 본인이다)

고민

심해 깊은 곳을 시작 지점으로 삼으면서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가장 처음으로는 어둠이 주는 공포였다. 어두운 심해를 표현하면서도 쉽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빛이 가득한 곳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해는 존재 자체가 아름답지 않은 곳이었다. 스마일게이트 창작 멤버십 면접에서 들은 질문 중 하나도 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시작하며 점점 밝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간다면, 플레이어는 아름답지 않은 심해 세상만 보지 않을까?"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위에서부터 내려가거나, 판타지를 다량 섞어서 진짜 심해가 아니게 되는 것은 싫었다.

고집을 지키기 위해서(현실의 심해를 재현하며 쉬워보이기 위해서) 초반 맵들을 예쁘게 디자인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배경 오브젝트들은 최대한 부드럽고 따듯하게, 적은 귀엽고 예쁘게 만들었다. ‘울고있는 성게’, ‘동그란 눈을 깜빡이는 핑퐁트리 스펀지’는 덕분에 적같지 않다는 이야기마저 들어서 다시 반대로 고민해야하기도 했다.

생명의 오아시스: 울고있는 성게

난이도 조절은 반대로 고증을 지키면서 만드니 더 쉬웠다. 심해 동물이 표해수층보다 근육량이 부족하여 보다 정적이라는 사실 덕분에 위로 올라가며 더 다이나믹한 오브젝트를 어려움 없이 배치할 수 있었다. 모든 적들에게 각 맵이 위치한 수심에 살고 있는 생물들로 채택하여 패턴을 부여하였다. 가장 즐거운 작업이었다.

다음 난관은 위로 올라가고 싶어지게 자극하는 것이었다. 결국 제대로된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는 것이 조금 아쉽게 남는다. NPC들로 하여금 위 쪽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기대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위의 마을과 아래 마을에 연관성을 주고 아래 마을에서 위의 마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두었다. 퀘스트를 부여해 클리어하고 싶게 자극한 것도 이를 위해서였다.

생명의 오아시스: 주인공과 NPC

그러나 4가지 종류의 퀘스트는 정형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소 딱딱한 감이 있었고, 이 점은 다음 게임을 만들때 필히 고쳐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는 쉽게 적응하고 새로움을 원한다. 기본틀은 가장 아웃라인만 지키면 됐었던 것이다.

게임의 테마

내가 잡은 게임의 테마아름다운 것들은 그럴 필요가 있어서 아름답다.새로움을 추구하고 나아가자.이다.

전구의 도시: 펠리컨발투구 여섯째

아름다운 것들과 빛에 대해서 NPC 캐릭터들은 부정적이고 무섭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름다운 것들은 생존을 위해서 아름답다. 먹이를 먹기 위해서, 번식을 위해서, 포식자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도망가게 하기 위해서 심해 동물들은 아름답거나 아름다운 것들을 지닐 필요가 있다.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에게 아름다운 것들을 피하라고 늘 경고한다. 아름다움에 빠져들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신화의 도시: 촌장 NPC 초반 대사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목표인 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품고 있는 캐릭터에게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빛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란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말에 한 번 웃어주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새로움에 대한 공포에 마주하면 피하기 급급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나아가자. 게임 안에서도 했으니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 용기를 주고 싶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응원의 메세지도 많이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게임의 난이도도 어려우며, 많은 NPC들의 분위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만류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인정받으면, 플레이어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진심이 담긴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눈의 숲: NPC 응원 대사

위 대사의 전체 문장은 "직접 찾아 나서는 사람은 타이밍도, 사람도, 운도 편을 들어주지. 넌 아군이 많겠구나."이다. 이 캐릭터는 첫 만남에서 플레이어의 의지에 대해 물고 늘어졌던 캐릭터이다. 인정받는 과정의 기쁨을 게임 안에서도 느낄 수 있게끔 대사 하나하나를 신경써서 작성하였다.

게임의 스토리 상, 계속해서 맵을 올라가게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인물만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햄스터도 톱밥을 갈아줄 때, 원래 쓰던 톱밥을 섞는 것 처럼, 새로운 맵을 제시할 때 익숙함이 적어도 하나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캐릭터가 여정철투구이다.

여정철투구

여정철투구는 플레이어를 따라서 그대로 위로 올라간다. 늘 새로운 맵에 도착하면 그가 마중이라도 나온 것처럼 서있도록 해두었다. 여행의 동반자 역할이 되어주며,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비춰주는 역할도 한다.

출시 후

Google Play Store
구글 종합 다운로드 수

게임은 12월에 안드로이드로 출시가 되었으며, IOS는 현재 준비 중이다. 게임을 다 만들고 나서 가장 힘든 것은 출시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게임이 나오면 그 후는 올리고 설명쓰고만이 다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펀딩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출시 스케줄을 잡는데에 큰 장애가 생겼을 것이다. (베타버전을 준비하느라 출시 준비를 미리 했던 것이 매우 다행이다.)

게임에 대한 설명을 작성하는 것, 프로모션 이미지를 만드는 것, 영상을 만드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튜토리얼 추가 제작, 베타버전 따로 만들기 등 작업 량이 게임 개발하던 때보다 훨씬 늘어났다. 힘들기만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겁지는 않은 작업들이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개발일정을 짤 때, 출시 준비 기간을 무시하지 않게 되었다.

유투브 조회 수

개발하는 철투구유투브 채널을 만들고 게임 영상을 올려두었는데, 큰 홍보없이 생각보다 많은 조회수를 얻었다. 이 사진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뿌듯해서 가져온 사진이다. :)

텀블벅 후원 성공

마지막으로, 게임 개발에 큰 힘이 되어 준 텀블벅 후원을 소개한다! 작은 모바일 게임임에도 큰 응원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게임을 만들면서 학교를 다니고, 외주를 뛰고, 정말 바쁘게 지내온 몇 달 동안 수고했다는 메세지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았다.

금액 중 가장 큰 부분을 사용한 것은 역시나 굿즈 제작. 아트 워크 + 개발일지북이 90페이지를 넘기는 두꺼운 책이 되었기 때문에 책 제작 비용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물론 마음에 들어서 뿌듯하게 좋아하는 게임 아트워크 책 사이에 꽂아두었다. 아트북을 만드는 경험은 진짜 값지게 남았다. 앞으로도 게임을 만들면 기념품으로 계속해서 만들 것 같다.

리뷰

종종 게임 이름을 사이트에 검색하곤 하는데, 역시나 가장 많은 리뷰는 동영상 리뷰였다. 게임 영상들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감사도 하는 순간을 즐기는데, 최근에 한 유투브 리뷰를 너무 감사히 봐서 그 분의 리뷰를 몇개 캡쳐해왔다. (두 캡쳐 모두 사용해도 되는 지 허락을 받아왔다.)

리뷰1
리뷰2

많은 리뷰들 중에서 가장 많은 편 수를 보여주는 리뷰였다. 총 8편으로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주셨다. 스토리를 하나하나 다 읽어주셨고, 맵을 꼼꼼히 구경해주시는 모습이 너무 뿌듯했다. 정말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Lysie Singclair” 유투브 링크

목소리를 직접 넣어서 후기를 남겨주신 영상이나, 블로그에서 자세히 분석해주신 글, 트위터에 올라온 팬아트 등, 몇 분의 관심 덕분에 다음 게임을 만들 용기가 생겼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하다.

정말로, 게임은 플레이어가 만든다. 만들게 해준다.

지금까지 투구: 심해의 모험가를 개발하면서 했던 생각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2편에서는 게임을 만들 때, 실제 심해 자연과 생물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는 게임 홍보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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